기도하는 꽃
송현국
각혈하던 꽃들 흔들흔들
백합같은 얼굴로 키타를 치던 누이는
한줌 흙 되어 들국화로 피었는가
빗- 방울 떨어지는
홀연히 빛나는 잿빛 하늘에서
꽃들이여 꽃님이여 어디엔가
산을 오르는 쇄재두르미같이
날아 올라 넘어야 하리
날아 올라 넘어야 하리
기도를 한다 꽃이 이마를 쓰다듬는다
간이역에 머물던 구절초들처럼
상승 기류를 일으키는 기도는 호수에 핀 안개같다
배암들은 제 갈 길로 가버렸거늘
날아 올라 넘어야 하리 꽃님들아
거친 포도 솔방울같은 잣알들이 주렁주렁 익어갈 때
각혈이 멈추고 꽃들 곁에 깃들이는 새들이 온다
퍼덕 퍼덕 날아 오르자 꽃들아
사력을 다해 함께 나아가리
이미 봄 산은 가까이 오고 있다
기도를 한다 꽃은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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