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휘어진 그림자

skyspring 2016. 3. 12. 21:14

바람에 휘어진 그림자

                                      송현국

우르룽 쿵- 쾅-
그림자가 말을 한다 혼자서
순간 장롱에 번쩍이는 벼락 빛이
독백에 대답이라도 하듯
마른 눈, 꺼죽만 남은
바람에 휘어진 그림자는
낙뢰에 부러진 느티나무 가지

냉기가 도는 차디찬 방에서
젖은 손으로 마늘 까는 굽은 그림자
가끔은 똑- 똑- 계신가요 -
떨리는 실낱같은 소리로
네- 나가요
큰 나무 대문 빼콤히 열듯 삐-익

젖어 쌓여있는 신문지들, 고혈압,당뇨 약이 든 약봉지들
늦 장마철, 달그락- 달그락 -
곰팡이 냄새나는 바닥에 차있는 물을 퍼냈어
그리워 보고싶다던 굽은 수선화는
저 산뚱성으로 갔지만

포슬 포슬 우수수
곡예 비행하는 조련사가 안착하듯
바람에 휘어진 그림자는
느티나무 곁 길가 샛거리 드는 어르신이다
동짓 달 긴 밤 뒤척뒤척
그리운 소식들은
가슴에 고깃고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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