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자전거
송현국
새벽기운이 찬 겨울
분주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탄다
울산을 가는 기차 안
저 설 산들이 창밖을 지나간다
세월을 아는 겨울 첫 눈같다
마을을 하얗게 덮은 동화 마을인가
산과 논들이 지나가고
어릴 때 보았던 초가집 들
어릴 때 보았던 기와집들이 지나간다
기차를 타면 그 시절들이
창밖을 스쳐 지나간다
천문산 하늘이, 장가계 산들이
문득문득 창밖으로 환영처럼 비친다
앙상한 거울 가지들 사이로
도로 이정표들이 보인다
자전거로 달리는 출근 길
출근길을 함께해!
방치된 자전거들이 비를 맞고있구나
눈을 맞고 거센 바람을 맞고있구나
그 누군가를 기다릴까
굉음을 내고 돌아가는 칼날이
족쇄를 끊어버린다
어디론가 미지를 달리는 기차처럼
어디론가 여행하려는 여인처럼
분해되는 자전거는 어딘가로 실려간다
브니엘 햇살처럼 비친 햇빛이
기차안으로 들어온다
대전을 지난 기차는
유랑하는 아람 민족들처럼
이동하기도하고
기차는 로마 병사가 탄 마차를 경주하듯 달린다
도로 이정표가 잘 보이도록
가린 물든 가지 잎들을 톱으로 잘라야지
창 밖에는 궁사들이 활시위를 당긴다
창 밖에는 연기하는 여배우가 미소를 자아낸다
차들이 오가는 도로에 서서
내면에서 발산하는 침묵의 미소를 자아낸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본다
창 밖에는
벗 꽃 잎들이 자전거 보관대를
흩날였어, 그 폭염이 있는 여름이 지났어,
은행잎들이 가을 자전거 보관대를
흩날리더니
분해된 부품 폐타이어위로
눈발이 날리고
“내일 뵈요” 이 말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용직
어르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이었어
창 밖에 방치된 자전거가 지나간다
세월이 지나도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무 나이테를 세어 보듯
방치된 자전거를
기차안에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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