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송현국
오랜세월 지내온 느티나무처럼
자꾸만 저 먼 논길에서 누구 오는지
서늘바람에 날리는 잎처럼 분주한 마음
행여나 누구 눈치 챌까 돌담에
잘자란 연 호박을 점찍어 둔다
추석날 그 애들 주려고
오늘따라 왜 그 옛날 아버지
따뜻한 손길 떠오를까
아버지 보러 머리에 인 보따리
업은 아이 보채는 바람에
멀게만 보이던 코스모스 냇길
추석날 신으려고 장날에 산
예쁜 꽃이 그려진 하얀 고무신
자꾸만 버선발에 벗겨지고
돌 자갈길 걷는 하늘 좋아서 서러워지고
고향산길 걷던 가을 하늘
아버지의 구두는 자갈 길에도 빛이나고
아버지의 양복은 멋있었어요
술 잡수신 아바지 왜 그리 술을
좋아하셨는지요
보름달만한 노란 배를 들고
나무 대문을 열고 오시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