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샘 마을

미가의 외침 - 미가서 1-6장을 묵상하고 - 글/ 송현국 사마리아야 너희들은 우상을 섬겼어 발가벗긴 몸으로 포로로 잡혀간다 빠른 말을 전차에 매여 도망가라 너희 자녀가 낯선 땅으로 끌려간다 독수리처럼 너희 머리를 밀라 그들은 밭이 탐나면 밭을 빼앗고 그들은 집이 탐나면 집을 빼앗..

공간 / 송현국 아파트 허공에 떠 있습니다 크레인이 석양에 걸려 있습니다 밤에는 겨울눈이 창문에 강타합니다 교회 십자가 커튼배경이 빛으로 변합니다 줄을 선사람들이 그 집을 기다립니다 가정을 잃어 버리고 혼자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입니다 누군가 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큰..

공룡같은 기중기 / 송현국 거대한 공룡들같은 기중기들이 아파트 공사장에 세척하듯이 가을비를 맞으며 창공에 솟아있다 거대한 공룡같은 기중기들이 소리없는 시침처럼 동녘 해뜰무렵부터 기지개를 펴고 눈코뜰새 없이 땀을 흘리며 무거운 짐들을 우람한 남자들이 쌀가마 두 섬을 짊..

고독한 관객 / 송현국 새들이 하늘에서 묘한 형상으로 영화를 찍고 품평회를 듯 사육사들이 말을 길들여 들판을 달리며 전쟁할 기세를 세우고 달려온다 거리를 배회하는 방랑객들이 가창력을 잃어버린 불안감으로 투명한 무대에 다시 등장한 노련한 경험으로 고독한 관객들은 모은다

구절초 / 송현국 연 보랏 빛 물 안개 호숫가 연약한 꿈을 담은 소녀처럼 구절초들이 피어있다 여름 날 뙤약 볕들에 목마른 사슴처럼 뀅한 눈으로 지나간 추억들 구절초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구불구불한 땅 흙을 사랑한 사람들은 구절초를 만나러 갈까

춤추는 사람 송현국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머너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설레임을 안고 걸음을 걷는 것 같아 항공기를 탄다는 기다림이 이전의 모든 추억들을 뒤로하고 마치 무대의 변화속에 변신을 꾀하는 순간처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검은 안경으로 이드를 가리우고 있는 ..

농번기 / 송현국 푸릇 푸릇한 봄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솔밭되어 싱그러운 봄 하늘하고 두런두런 속삭인다 새 참들고 그늘 아래서 쉬는 동안 논두렁에 피어난 꽃으로 시계 꽃을 만든다 붙은 매미들은 왜 엉엉 소리내는지 벼들아 잘 자라렴 자식 바라보듯 애정 듬뿍 벼들아 잘 자라렴 가뭄..

첫 언어 / 송현국 처음 한 말은 “엄마, 아빠 ” 그 입 모양은 O 처럼 신기했습니다 겨레글이 아마도 그 땅에도 이미 세워지고 이제 겨레글을 벌목당하는 나무처럼 잘라 버려서는 않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심장이 말하고 맥박이 말을 합니다 언어는 눈망울에도 옷에도 있습니다 비록 당신..

동굴에서 사는 사람들 / 송현국 상형문자들을 그리고 초승달을 그리고 달리는 마차들을 그린 사람들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솟는 샘물로 밥을 짓는다 환란 당한자들, 빚진자들 고난당한 자들이 동굴에서 추격을 피하여 살아간다 동굴 한 쪽 벽에는 황소들이 춤을 추고 마병들이 행진을 한..

마지막 손을 잡듯이 / 송현국 마지막 괭이를 잡는 마음으로 일하는 농부처럼 농사를 짓는다면 그 땅은 기름진 옥토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그물을 던지는 마음으로 일하는 어부처럼 고기를 잡는 다면 그 배는 만선할 것입니다 마지막 수업을 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교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