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꽃
송현국
폐활량이 한계에 도달한 잠수부들이
시퍼렇게 난파된 배에서
그윽한 넋 빛 무늬 꽃들을 서럽게 건져 올린다
봄 산 이슬을 머금은 진달래 꽃잎처럼
봄꽃으로 부활한 꽃들이
진달래꽃 봄 하늘 아지랑이 울듯
길 가 논두렁에 처박힌 포탄 파편처럼
빛 스미는 집에서 서럽게 운다 보고 싶다
동란 때 헤어지고 실신하여 강물처럼 흘렀지만
구절초로 핀 가을이라도 오면 좋으련만
청정 대나무 뿌리처럼 곧았겠지
봄엔 분홍빛 꽃으로 가을은 구절초로 필거야
감람잎을 물고온 비둘기를 보듯
나비처럼 날아온 너의 꽃잎들에게
편지들을 서럽도록 웃으며 썼지
보내지 못한 우체통앞에서
만지작 거리는 머뭇거림으로
우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살아오기만을 바라는 마음들
빈 배로 돌아오는 어부들이
슬픈 눈망울로 원망스럽게 운다
황량한 바람에 회오리치듯
저항하는 진달래 꽃 되었구나
분홍빛 산속에 부활한 꽃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