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
송현국
산은 길이 있기 마련이다
원시인이 빗 길을 걷던 오솔 길
숲 속에 불 을 질러 놓고
농사를 짓던 화전민
그 사람들이 밟고 다니던 길이 있기 마련이다
바다는 길이 있어도 갈 수 없다
폼페이가 화산폭팔에 침몰하던 날
그 바닷 길을 상상할 수 밖에
태초에 갈라진 뒷동산 오솔길은
밝은 태양에 비친 손금같은 바닷길은
투명 유리구슬속 빗 방울 선같다
무의식은 빙산처럼 솟아 오르고
새끼곰과 어미곰은 최후의 북극을 걷는가
경선은 위선을 만나고
적도의 해변은 젖가슴에 흐르는
긍휼의 시선이 머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