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구절초 / 송현국 연 보랏 빛 물 안개 호숫가 연약한 꿈을 담은 소녀처럼 구절초들이 피어있다 여름 날 뙤약 볕들에 목마른 사슴처럼 뀅한 눈으로 지나간 추억들 구절초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구불구불한 땅 흙을 사랑한 사람들은 구절초를 만나러 갈까 시 2019.01.19
춤추는 사람 춤추는 사람 송현국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머너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설레임을 안고 걸음을 걷는 것 같아 항공기를 탄다는 기다림이 이전의 모든 추억들을 뒤로하고 마치 무대의 변화속에 변신을 꾀하는 순간처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검은 안경으로 이드를 가리우고 있는 .. 시 2019.01.19
농번기 농번기 / 송현국 푸릇 푸릇한 봄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솔밭되어 싱그러운 봄 하늘하고 두런두런 속삭인다 새 참들고 그늘 아래서 쉬는 동안 논두렁에 피어난 꽃으로 시계 꽃을 만든다 붙은 매미들은 왜 엉엉 소리내는지 벼들아 잘 자라렴 자식 바라보듯 애정 듬뿍 벼들아 잘 자라렴 가뭄.. 시 2019.01.19
첫 언어 첫 언어 / 송현국 처음 한 말은 “엄마, 아빠 ” 그 입 모양은 O 처럼 신기했습니다 겨레글이 아마도 그 땅에도 이미 세워지고 이제 겨레글을 벌목당하는 나무처럼 잘라 버려서는 않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심장이 말하고 맥박이 말을 합니다 언어는 눈망울에도 옷에도 있습니다 비록 당신.. 시 2019.01.19
동굴에서 사는 사람들 동굴에서 사는 사람들 / 송현국 상형문자들을 그리고 초승달을 그리고 달리는 마차들을 그린 사람들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솟는 샘물로 밥을 짓는다 환란 당한자들, 빚진자들 고난당한 자들이 동굴에서 추격을 피하여 살아간다 동굴 한 쪽 벽에는 황소들이 춤을 추고 마병들이 행진을 한.. 시 2019.01.19
마지막 손을 잡듯이 마지막 손을 잡듯이 / 송현국 마지막 괭이를 잡는 마음으로 일하는 농부처럼 농사를 짓는다면 그 땅은 기름진 옥토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그물을 던지는 마음으로 일하는 어부처럼 고기를 잡는 다면 그 배는 만선할 것입니다 마지막 수업을 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교육한다.. 시 2019.01.19
봄소리 봄 소리 송현국 겨울나무들 하늘응시 할까 가쁜 저기를 부르는 바람 소리 풀 잎같이 기운 저 산 바람소리 탯 줄에서 산소마시는 새 꽃 가뿐 저기를 부르는 가을들 모진 힘을 다하여 잉태 하듯 저 하늘 기다리는가 아름다운 죽음 보내는 강변 손짓 처얼 썩 처얼 썩 뱃고동 울리는 뱃놀이 저.. 시 2019.01.19
성찬 성찬 / 송현국 보리쌀 가라 찐 빵을 떼어 빨간 씨알들이 심장처럼 두근두근 시큼한 석류물보다도 더 붉은 포도주에 적신다 촛불은 난파되어 바다에 떠도는 배를 비추는 생명빛 미친 장소는 평화의 땅이 될 수 없는가 이 빵을 적시고 이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자 정죄하지 마세요 시 2019.01.19
별 별 송현국 밤 길 말총 휘감아 두려워 우는 밤 찬 공기 기운이 옆 어깨로 파도친다 정적이는 방 까아만 손끝으로 숫자를 누른다 눈꺼풀 감긴 중환자실 손 끝으로 전기 감전 된 듯 눈물닦고 깨어나는 소녀, 창문으로 빛이 스며든다 냇물 웅켜잡은 슬픈 고기잡이는 셀 수 없는 별들을 웅켜쥔.. 시 2019.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