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담그는 날 김치를 담그는 날 송현국 한달 내내 마늘을 까고 손을 다치신 어머니 옹동에서 보내온 꼬추가루로 비빈다 무채를 썰어 양념에 버므리고 간식으로 빨간 홍시를 먹고 김치 한가닥으로 찰밥을 먹는다 김치 담그는 어머니 허리는 휜다 장독 양념을 담아 그릇으로 퍼서 양배추에 비비고 김치 .. 시 2019.01.18
늦가을비 늦가을 비 송현국 은행나무가 늦가을 비를 맞고 있다 늦가을 홍시가 빗물에 씻겨내리고 담장들이 흠뻑 젖었다 늦가을 비 놀란 새가 계단에 날아들어와 밤새도록 퍼덕이다가 아침 창문을 열어 놓은 자리로 자유를 찾아 날아갔다 시 2019.01.18
빨래하는 여인들 빨래하는 여인들 송현국 아낙네들이 흐르던 냇물에 빨래를 한다 방망이를 내리친다 탁탁탁 그 여인들의 빨래는 흐르는 냇물에 씻기워진다 아낙네들이 냇물에 빨래를 한다 달빛이 흐르던 냇가에서 빨래하던 여인들이 있었다 시 2019.01.18
원가계 원가계 송현국 기암 절벽들이 하늘로 솟아있다 구름위에 솟기도 하고 구름이 걸쳐 있기도 하고 동양화의 그림이 펼쳐있다 수천 낭떨어지 저 산 아래 밑이 보이질 않는다 꿀을 파는 사람들이 태고의 장막을 치고 절벽산들을 지키고 있다 원가계의 하늘은 수천 큰 바위 얼굴들을 하고 중국.. 시 2019.01.18
하늘 꽃 하늘 꽃 송현국 폐활량이 한계에 도달한 잠수부들이 시퍼렇게 난파된 배에서 그윽한 넋 빛 무늬 꽃들을 서럽게 건져 올린다 봄 산 이슬을 머금은 진달래 꽃잎처럼 봄꽃으로 부활한 꽃들이 진달래꽃 봄 하늘 아지랑이 울듯 길 가 논두렁에 처박힌 포탄 파편처럼 빛 스미는 집에서 서럽게 .. 시 2019.01.18
천문산을 오르며 천문산을 오르며 송현국 하늘이 맞닿은 명산 하늘가는 관문이 빛을 쏟는다 수천 절벽 낭떨어지 길 오금이 저린다 999단을 오르고 하늘이 닿을 듯 한 산 100개가 넘는 케이블카들이 쉼이 오르락 내리락 고즈넉한 세월이 느껴지는 고요한 산사 의자에 싣은 몸이 마치 스키를 타듯이 저 하늘.. 시 2019.01.18
황룡동굴 황룡동굴 송현국 동굴 문에 있는 행복의 문과 장수의 문 빛을 따라 가는 동굴 석순들이 진안 마이산 탑들처럼 오랜 세월 쌓여 기이한 모형을 하고 있다 동굴에 흐르는 냇물을 타고 뱃길을 달린다 귀신이 있어서 못들어 갔다는 황룡동굴에는 오색별이 맴돌고 석순들은 오랜 세월의 자태구.. 시 2019.01.18
행복한 동행 행복한 동행 송현국 온 종일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티나무에 바람 불어와 갈길이 먼 나그네 들녘에서 돌아오던 아이처럼 지나갔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적막한 허공에 실낱같은 소리로 문을 여신다 하루 한 끼 드실 도시락 구부정한 허리로 온종일 마늘을 깐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적막하고 어두 컴컴한 지하실 방 장마에 빗물이 차고 그 물을 퍼냈어 저 먼 산뚱성이 고향 그립다고 가신다 아파트 현관 문고리 걸어놓은 도시락 총총걸음으로 내려와 눈길을 걷는 날 따뜻한 손을 내미고 슬픔은 고깃고깃 시 2019.01.18
태초의 신비 태초의 신비 송현국 질서가 없던 하늘이 팽창을 한다 먼지들이 모여 거대한 산, 하늘, 바다가 형체를 이루고 푸른 빛이 난다 광야에 살던 노인이 붉은 산에서 불꽃에서 말하는 음성을 듣는다 성에서 포도나무를 심고 무활과나무를 심고 올리브 나무를 심는다 우상을 만들어 섬기던 사람.. 시 2019.01.18
히브리 근원 히브리 근원 송현국 태고의 문명들이 거친 바다에서 치열한 함포를 뿜고 항해하는 투사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달린다 유랑하던 소 몰이꾼들, 양치는 사람들이 샘을 찾아 붉은 띠를 내린 성으로 무리지어 간다 족장들은 샘물을 파고 피비린 내 나는 라틴족들의 향유, 미이라들의 압제를 떠.. 시 2019.01.18